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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제13회 갑비고차 울트라마라톤 대회 후기
작성자 류창곤 작성일 2019-09-03 조회수 1612
제13회 갑비고차 울트라마라톤 후기

Ⅰ. 서 론
지리적 여건 관계상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가기란 쉽지 않아 지금껏 망설이다 한 번도 참가 하지 않았던 대회인지라 절취고심 하던 중 영등포에서 셔틀버스를 운행하기에 서둘러 신청을 하였고 그동안 미루었던 근력운동과 병행하여 자전거 타기 등 몸을 정상으로 올려놓고 대회날짜를 기다린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Ⅱ. 본 론
8월30일 집에서 가방을 챙겨들고 금요일 야간근무를 한 후 대회날인 토요일 오전 9시15분 발차 새마을호로 영등포에서 셔틀버스를 타니 곧 바로 대회장인 강화군공설운동장이다.

어제 저녁식사 후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너무 고파 등록하자마자 번호표를 받아들고 인근 식당으로 가서 우선 배를 채워야 했다. 제주에서 오신 김종민님 계산을 해 주셨다. 잊지 않고 다음에는 내가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

탈의실은 한증막이다. 그래도 옷은 입어야하기에 서둘러 준비를 하고 내일 영등포에서 출발하는 기차표를 취소하고 몇 시차를 타야할지 고민이 생겼다.
우리 60쥐 마클 옥분이, 종희, 호희, 상준이 외 처음 보는 친구들도 만나고 여러 지인들과 인사를 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위와 연맹회장님 자봉으로 분주한 대회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언제나 에너지가 넘친다.
식전행사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을 한 후 출발이다.

오늘도 절대 오버페이스를 하지 말 것을 내 자신과 굳게 약속하고 강화도의 아름다운 일몰을 감사하며 최전방인데도 바다와 마주하니 부산인양 착각 속에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강화도를 맘껏 즐겨보고 싶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주자들과 언제나 함께하는 동료들이라 외롭지 않아서 좋다. 울트라를 하는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
하지만 울트라는 페이스가 맞지 않고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 끝까지 함께 할 수가 없다. 오늘은 또 언제 게비스콘을 먹어야 할지 정제소금을 먹어가며 염분이 소진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며 앞서가는 주자들 차근차근 따라 가보자~~~

한반도 횡단 출발점인 강화도 창후리는 아홉 번을 찾았지만 울트라대회는 처음이라 모든 코스가 낯설다. 그렇지만 일몰 전 바닷가는 힘들고 지친 삶속에서 조금이나마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자 모든 이들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공간임에 틀림없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이 실로 장관이다. 곳곳에서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찰라 를 기다리는 모습들이 포착되고 이곳에서 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주시는 양 작가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오늘은 총 8개의 cp를 운영하지만 어디서 쉬어야할지 뭘 보충해야 할지를 몰라 애를 먹는다. 해가 있을 때 출발하여 일몰이 되기 전엔 숨이 턱에 차지만 짧은 들숨을 날숨으로 길게 토해냈다. 낯익은 얼굴들이 많이 보여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한적한 숲길을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해풍을 마시며 뛸 수 있으니 환상코스라 여겨진다.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옴과 동시에 눈꺼풀의 중량감도 점점 느껴진다. 오전에 기차 안에서 이루지 못한 잠이 고스란히 큰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거리도 점점 좁혀진다. 몇 개의 시피를 지나니 52.5km 갑곳돈대에서 식사가 제공되었다. 미역국을 먹으니 속이 한결 편안하다. 수박 두 조각과 커피 한잔하고 큰 성님과 함께 또 출발이다. 식사를 하였으니 하염없이 걷는다. 도희 성님도 만난다. 지금은 같이 가지만 언제 헤어질지 알 수가 없다. 각자 페이스대로 가야하기에 헤어졌다 만남의 연속이다. 우리 인생의 삶처럼~~~~~
환타 오렌지와 초코파이를 먹어보니 잘 넘어간다. 여태껏 잘 넘어가지 않던 간식도 탄산음료도 오늘은 적절히 잘 받아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래도 찬물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속이 조금은 불편하다. 헛구역질이 나는 것 같았지만 속이 뒤집혀지지는 않는다. 큰 성님께서 속을 달래며 걸어 라고 해서 그때부터 그룹에서 외톨이가 되어 하염없이 어둠속을 헤집는다.

80km표시판을 보고 가물가물 거리는 깜빡이를 쫓아가니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직진을 하였고 되돌아오는 주자들의 허탈한 모습을 보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디선가 수도꼭지를 보고는 시원하게 머리를 감고 하체를 씻으니 피로가 가시는 듯 상쾌하다. 양치질도 했으면 좋으련만~~~
이제 뛰다 걷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점이다. 에너지가 고갈된 느낌이고 배낭에 손이 가질 않는다.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데 먹을 것도 없고 위에서 잘 받아주지 않기에 더욱 그렇다.

95km 마지막 시피다. 우유도 보이지만 자봉님의 따뜻한 커피 제공에 잠시나마 여유를 가졌다. 오르막 1km만 가면 내리막이고 골인지점으로 평지길 이란다.

쉬엄쉬엄 오르니 몇 명의 주자를 만나고 오르막이지만 쉼 없이 뛰어오르는 선배님도 있다. 정말 대단한 울트라 맨 이다. 대회 종료 후 목욕탕에서 만나 노하우를 전수 받고자 했지만 특별한 점은 없다. 다만 초반에 힘을 비축해 놓았다가 후반에 전력을 한다는 것뿐이다.

힘들게 오르막을 정복하고 내리막길에서 조심모드로 해서 질주한다.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나도 전력질주라는 말이 스쳐지나가지만 어떤 부상이 올지 몰라 끝까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저 앞에 구미 우춘근님이 보인다. 따라 잡을까 하다 함께 골인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큰 성님의 목소리가 들리며 드디어 250리 대장정의 끝이 보이는 순간을 맞이한다.

Ⅲ. 결 론
조용필의 히트곡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가사가 떠오른다.
‘□ 바람소리처럼 멀리 사라져갈 인생길, 우린 무슨 사랑 어떤 사랑했나. 여기 길 떠나는 저기 방황하는 사람아, 텅 빈 가슴속에 가득 채울 것을 찾아서 우린 모두 같이 떠나가고 있구나, 어제 우리가 찾은 것은 무엇인가. 잃은 것은 무엇인가 버린 것은 무엇인가□’

오늘 내가 갑비고차 울트라마라톤코스를 달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무엇을 찾았는가’
강화도라는 서북단에서 다시 뛸 수 있다는 자신감 회복이다.

‘무엇을 잃었는가’
무단히 발가락 두 개에 물집이 잡혔다. 뒷꿈치가 따끔따끔 거리는 것 외 큰 부상은 없었다. 별난 주인에게 혹사당하여 발톱이 빠지고 새로 나기가 어디 한 두 번이던가? 그러나 헌집주고 새집 받으니 따지고 보면 잃은 것이 아니라 얻은 것이 되겠다.

또 있다.
오랫동안 갑비고차 울트라대회는 기다리던 흥분과 긴장이 내 몸에서 썰물처럼 일거에 빠져나가버린 허탈감, 골인지점에 들어서는 순간 성취욕은 잠깐이고 전신을 엄습해오는 이 허전함을 당분간 또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

그럼 ‘버린 것은 무엇인가’
자만심이다. 바로 위에 ‘찾은 것’과 상충되지만 하여간 만용을 부리다가 브레이크가 파열되기 전에 수위를 조절하는 용단이 필요한 나이가 되어 버렸다. 황혼이 지고 사방이 어둑한데 혼자 중천에 서 있는 양 착각하고 떠들어 봤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애마처럼 길들여진 이 버릇을 어찌하랴.
계단을 내려딛기 거북할 정도로 뒤뚱거리는 뻑적지근하면서 기분 좋은 하지 근육통은 2~3일만 지나면 거뜬하게 사라지고 몸이 근질 하여 또 다시 철부지 아이처럼 팔랑팔랑 뛰어다니며 담금질 할 것이다.

이글을 쓰기 전 우리 양 작가님이 올려주신 울트라밴드 사진 방에 들어가 올려주신 사진들을 빠짐없이 다 보았다. 박진감 넘치는 한편의 영화처럼 거칠게 내뿜는 선수들의 호흡이 난무하고 사진 속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살아나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땀에 씻긴 얼굴은 해맑고 상기된 표정들이었으며 땀으로 얼룩진 유니폼은 건강미를 물씬 돋보이게 했다. 함박웃음, 너털웃음, 예쁜 미소, 아름다운 미소가 여기 다 모여 있다. 익살스런 제스처와 재치 있는 세러머니가 다 찍혀있다.
사진을 볼 때마다 참가선수들을 언제든지 현장으로 다시 불러 그날의 감동을 재현시켜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찍힌 모습들이기에 현장감이 더 생생하게 살아있다.

우리가 정말로 저 해무 자욱한 환상의 해안숲길을 달렸단 말인가, 꿈속에서 달린 듯 아련해진다. 활동사진이 말해주고 있다.
유서 깊은 강화도에서 우리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봉사자들과 하나 되어 멋진 축제를 즐기고 돌아왔노라고,
그곳에서 우린 매순간 행복했었노라고.
우리 모두 그날의 감동을 잊을 수 없노라고,

2019년 9월 3일
부산에서 류창곤 쓰다
  • 대한민국ROTC마라톤클럽   2019-10-04 14:53:05  수정  삭제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울트라의 매력과 그 향기를 글속에서 다시 느껴 보았습니다.
    한반도 황단은 무사완주 하신것 같습니다 ^^
  • 단디   2019-09-05 17:19:54  수정  삭제
  • 창곤님의 후기가 그날의 순간순간을 되씹게 합니다. 멋진후기 감사 드립니다.
  • 우춘근   2019-09-05 14:27:27  수정  삭제
  • 창곤 형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항상 생각하지만 일상생활도 울트라도 이븐페이스로 꾸준하게 지속한다는것이 어렵습디다
    횡단 열번째 도전 축하드리며 창후리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 김종빈   2019-09-05 04:51:36  수정  삭제
  • 수고하셨습니다. 이런 멋진 후기에 저이름이 있어서.....ㅎㅎㅎ
    저 자신을 다시한번 뒤돌아보는 시간이 된것 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행운이 주로에서는 행복하게 즐겁게 반갑게 안전하게 달리시길 두손모아 기원합니다.
    이번대회는 명풍대회로 한걸음나간 대회인만큼 행사준비하시는 모든분들의 마응이 선수들의 마음을 읽어주시어 세심하게 배려 해주신데 감사를 드립니다. 글구 연맹회장님, 정창순전회장님, 임정규성님, 사진찍느라 분주하신 성규성님에게도 감사를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건 하루되세요......감사합니다.
  • 심화진   2019-09-04 16:36:09  수정  삭제
  • 뜀박질도 잘하고 글도 잘쓰는 멋진 창곤씨^^
    2019년 한반도 횡단 열번째 도전!
    무사 완주 기원 합니다~♡
  • 최한성   2019-09-03 14:20:41  수정  삭제
  • "황혼이 지고 사방이 어둑한데 혼자 중천에 서 있는 양 착각하고 떠들어 봤자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창곤씨 항상 완주기 잘 보고 있습니다.
    위의 글은 내가 평소 생각하는 것과 같기에 가져와 다시한번 새겨 봅니다.ㅎ
    수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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